여러분이 상의할 내용이 있어서 상사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상사가 별로 바쁘지 않는 것 같은데도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여러분의 말을 듣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상사가 비록 귀로 들으며 여러분의 말에 제법 반응을 보이더라도 '내 말을 제대로 듣는 건가?'란 의구심에 사로잡힐 겁니다. 더 자세하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냥 이 정도 말하고 끝내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알다시피 상사와 직원 사이이든 동료들끼리든 간에 모든 대화의 기본조건은 상대방의 눈에 시선을 맞추고 경청하면서 적절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대화의 질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친근감과 신뢰 관계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화를 하는 그 시간만큼은 상대방의 말에 무엇보다 집중해야 하죠.


여러분이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기를 원한다면 컴퓨터나 휴대폰에게 한눈을 팔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영국 에섹스 대학교의 앤드루 프르지빌스키(Andrew K. Przybylski)는 진실한 대화를 나누려면 휴대폰을 포함하여 세상과 연결되는 모든 전자기기들로부터 멀리 떨어지라고 조언합니다. 프르지빌스키는 실험을 통해 휴대폰이 단지 옆에 놓여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질이 떨어지고 서로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감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는 74명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명씩 짝을 이루도록 하고, 휴대폰이 옆에 놓여져 있는 조건이거나 휴대폰 대신 수첩이 놓여져 있는 조건 하에서 지난 달에 자신에게 일어난 흥미로운 일에 대해 10분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했습니다. 휴대폰(혹은 수첩)은 참가자들의 시선이 직접 닿지 않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죠.


대화과 종료되자 프르지빌스키는 참가자들에게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 상대방과 내가 친구가 될 것 같다."는 식의 문항을 통해 '관계의 질'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휴대폰이 놓인 조건 하의 참가자들은 수첩이 놓인 조건 하의 참가자들에 비해 관계의 질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상대방에게 느끼는 '친근감'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휴대폰이 서로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방해하지 않더라도 '저기에 휴대폰이 놓여져 있구나.'란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으로 신경이 분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상대방과 의미 있고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 휴대폰의 존재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프르지빌스키는 참가자들을 반으로 나눠 플라스틱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가볍게 이야기하라고 하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작년에 경험한 가장 의미 있는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라고 요청했습니다.


10분 간의 대화가 끝나고 나서 "나는 대화 상대를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질문으로 '신뢰감'을 측정하고, "상대방이 나의 생각과 느낌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으로 '공감'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랬더니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한 참가자들은 휴대폰이 있던 없던 신뢰감과 공감의 수준이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참가자들은 휴대폰이 있을 때보다 휴대폰이 없을 때 높은 신뢰감과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관계의 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중요하고 신중한 주제로 대화할 때는 휴대폰의 존재 유무에 큰 영향을 받았죠.


그렇다면 왜 휴대폰이 단순히 옆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특히 진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 대화의 질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걸까요? 아마도 휴대폰의 존재는 둘 사이의 대화를 방해하는 제3자가 언제든지 끼어들 수 있다는 점을 프라이밍(priming)하기 때문이겠죠. 따라서 상사와 직원 간의 면담이든 팀원들끼리의 회의든 간에 휴대폰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대화와 회의의 질을 높이고 유대감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프르지빌스키는 휴대폰을 대상으로 실험했지만 노트북 PC나 태블릿 PC와 같이 인터넷으로 '세상의 다른 곳'과 연결된 전자기기들도 역시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짐작됩니다. 직원이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로 면담을 청해 오면 상사는 반드시 세상과 연결되는 모든 전자기기로부터 '해방된 곳'에서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가벼운 주제이거나 정보 전달을 위한 짧은 대화가 아니라면 노트북 덮개를 덮거나 휴대폰을 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어 둬야 하겠죠. 


이게 어렵다면, 최소한 대화 중에 PC에서 눈조차 떼지 않는 무심한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사실 이런 분들이 꽤 많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그리고 그렇게 작은 무심함에 의해 무너진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요즘 까페에 가면 연인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애니팡이나 카카오톡을 하느라 휴대폰에서 손을 떼지 않더군요. 둘 사이에 과연 얼마나 깊은 대화가 오고 갈까요?



(*참고논문)

Andrew K. Przybylski, Netta Weinstein(2012), Can you connect with me now? How the presence of mobile communication technology influences face-to-face conversation quality,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July 19,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