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아끼던 직원 한 명이 찾아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할 때, 여러분이 그 직원의 상사라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까? 그 직원이 그만두는 이유를 궁금해 하겠지만, 그리고 직원은 여러분의 질문에 이런저런 이유(예를 들어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 등)를 대겠지만 어느새 상사의 머리 속은 ‘내가 무슨 잘못은 한 건 아닐까? 내가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닐까?’란 생각으로 꽉 찰 겁니다. 


직원들은 회사가 싫어서가 아니라 상사가 싫어서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이 거의 상식으로 통하고, 회사에서는 우수인재를 보유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에 상사의 리더십 강화를 하나의 해법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직원의 사직은 상사에게 자신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란 자책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 잘 되기를 바란다’라고 쿨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직원의 사직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상사들이 대부분이더군요. 





누구에게나 ‘좋은 리더’로 평가 받는 상사라면 상처는 더욱 깊고 오래 지속되겠지만,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수미타 라그후람(Sumita Raghuram)과 동료 연구자들은 ’나쁜 리더가 직원들을 회사 밖으로 몰아낸다’는 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님을 증명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좋은 리더’를 둔 직원들도 회사를 ‘떠나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에 직원의 사직으로 상처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라그후람이 대상으로 삼은 회사는 인도에 본사를 두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을 하는 글로벌 IT업체였습니다. 그는 722명의 직원들에게 “나의 상사는 내 업무의 문제를 알고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등과 같은 질문을 돌려서 상사의 리더십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설문을 돌리고 18개월 후에 이 업체를 다시 찾은 라그후람은 설문에 응했던 722명 중에서 128명이 회사를 그만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컨설턴트를 고용하여 회사를 떠난 128명이 왜 회사를 그만 두었는지(“무엇이 회사를 그만두도록 만들었나요?”)와 새로 맡은 직무는 예전 직무와 어떻게 다른지(“새 회사가 예전 회사와 달리 당신에게 제공하는 것은 무엇인가요?”)를 물었고, 예전 직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동종업체와 비교하여 예전 회사의 ‘직장 만족도’를 평가한다면 어느 정도인가요?”)도 질문했습니다. 


이렇게 시점을 달리한 설문을 통해 라그후람은 어떤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는지, 그들과 함께 지내던 상사의 리더십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냈습니다. 결과는 아주 놀라웠습니다. 상사의 리더십이 좋더라도 직원의 이직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말입니다. 리더십이 뛰어난 상사는 직원들로 하여금 더 큰 책임이 주어지는 새로운 도전에 기꺼이 응하게 하는데, 문제는 그 도전을 회사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는 게 라그후람의 분석입니다. 상사의 리더십이 직원들에게 ’더 큰 물에서 놀도록’ 만든다는 것이죠. 좋은 상사 밑에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 직원은 회사 바깥으로 자신을 확장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커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라그후람의 분석 결과는 좋은 리더를 경험했던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여 좀더 높은 연봉과 좀더 책임 있는 직무를 얻는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넓은 세계로 나가 자신의 가치를 확인 받고 더 확장하려는 의지가 커진다는 뜻이죠.





그렇다고 해서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라그후람은 지적합니다. 좋은 리더를 기억하는 직원들은 회사를 나간 후에도 예전 회사를 좋은 직장이라고, 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장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분석 결과로 드러났으니 말입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나쁘게 볼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확장으로 본다면, 좋은 리더를 두었던 직원들의 이직은 회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이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만 둔 직원은 우리 회사의 고객이기도 하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직원들에게 잘 해줘봤자 아무 소용 없네’라고 체념하는 리더라면 직원의 이직이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모른다는 의미에서 이미 ‘좋은 리더’가 아닐지 모릅니다. 


요컨대, 좋은 리더도 직원들을 그만두게 만듭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말입니다. 오늘 평소에 아끼던 직원이 찾아와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한다 해도 그것이 꼭 자신의 리더십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를 나가는 이유가 좀더 넓은 세계에서 자신의 포부를 펼치고 싶은 거라면 말입니다. 회사 밖으로 나간 직원이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원천이 되고 새로운 사업 기회의 연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적인 관점으로 직원의 이직을 바라보면서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쉽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참고논문)

Raghuram, S., Gajendran, R. S., Liu, X., & Somaya, D. (2015). BOUNDARYLESS LMX: EXAMINING LMX'S IMPACT ON EXTERNAL CAREER OUTCOMES AND ALUMNI GOODWILL. Personnel Psych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