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역량이 회사의 성과 창출과 경쟁력을 위해 핵심적인 요소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여러 경영자들이 직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즐거운 직장생활을 위해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이유도 결국은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회사의 성과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힘들여 키운 직원들이 회사에 안녕을 고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과학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전기 충격을 가했다. A그룹의 쥐들이 모인 우리에는 전기 충격을 차단하는 스위치가 있었으나, B그룹에는 없었다. 여러 날 전기 충격을 가한 결과, A그룹은 전기 충격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양호했다. 반면 B그룹은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 위궤양에 걸린 놈들이 많았고 어떤 쥐들은 체념한 채 드러누워 충격을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두 그룹은 일정한 시간에 똑같은 양의 전기 충격을 받았다. A그룹의 쥐가 스위치를 내리면 동시에 B그룹의 우리에도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실험 장치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건강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외부 변화에 대해 통제력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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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력을 잃으면 머리도 나빠진다. 이번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소음을 틀어 놓은 상황에서 수학 문제를 풀게 했는데, A그룹이 앉은 테이블에는 소음 차단 스위치가 있었고, B그룹에는 없었다. 실험 결과, A그룹이 문제를 훨씬 많이 풀었고 또 틀린 개수도 얼마 안 됐다. 반면 B그룹의 사람들이 푼 문제 개수는 A그룹보다 적었고, 오답도 많았다. 소음이 들릴 때마다 스위치를 껐기 때문에 A그룹의 성적이 더 좋았을까?

그렇지 않다. 실제로 A그룹은 스위치를 한 번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차단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문제풀이 능력을 유지시킨 것이다. 반면 ‘소음 때문에 문제를 잘 풀 수 없어!’라는 스트레스가 B그룹의 머리를 나쁘게 만든 원인이었다.

직원의 우수한 역량과 활기찬 직장생활의 열쇠는 교육과 복리후생과 같은 대증요법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통제력임을 이 실험은 시사한다. 역량이 뛰어난 직원도 소신껏 일할 수 없다면, 위에서 떨어진 일이나 수동적으로 수행하면서 업무에 대해 아무런 통제력을 갖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한때 뛰어났던 지적능력은 금새 빛을 잃고 그저 윗사람의 입만 쳐다 보는 ‘똑똑한 바보’가 된다.

내 후배는 똑똑한 바보의 단적인 예다. 그는 명문대 석사 출신으로서 경영연구소에서 일하다 모 회사의 전략기획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허나 입사할 때의 약속과는 달리 콘도 예약을 관리하고, 유명강사 초청강연회를 뒤치다꺼리하는 복리후생 담당자를 맡았다. 그의 주요업무 중 하나는 강연회 참석자들에게 우유를 데워서 나눠주는 일이었다. ‘잃어버린 2년’을 보내고 그는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이런 웃지 못할 일이 굴지의 기업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한때 삼성의 영향을 받아 많은 기업들이 해외 우수인재 확보에 열을 올렸다. 허나 힘들게 뽑아논 이후의 성적표는 별 볼일 없다. 역량에 맞게 활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뽑아만 놓으면 다 되는 줄 착각한 결과다. 결국 많은 인력이 회사를 떠났고 회사 분위기만 나빠졌다.

‘권한 위임’은 상위자들이 독점한 권한을 밑으로 내려주는 것이다. 헌데 권한 위임이 잘 되는가 싶다가 원상복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원들 개인의 역량과 선호에 맞게 업무를 부여하고 통제력을 가지고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은 채, 그저 문서 상으로만 권한을 내려줬기 때문이다.

‘넌 시키는 일이나 하라’며 모든 권한을 통제하면서 개인의 우수한 능력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직원들을 스스로 자신과 자신의 업무를 통제하도록 만들 때 기업의 경쟁력은 기초가 탄탄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똑똑한 바보’들이 우글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본 칼럼은 광주일보 2008년 7월 18일(금)자로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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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webhead의 생각

    Tracked from webhead's me2DAY 2008/07/19 23:30 del.

    똑똑한 바보가 되고 싶진 않았어.

  2. Subject : 붉은문양의 생각

    Tracked from moon206's me2DAY 2008/07/23 13:46 del.

    인퓨처컨설팅 :: '똑똑한 바보'를 만들지 않으려면

Comments

  1. BlogIcon kaonic 2008/07/20 01:02

    똑똑한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아 몸부림 칠수록 회사에서의 입지는 줄어들고, 결국 스스로 뛰쳐나올 수 밖에 없었지요. 결과는? 백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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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유정식 2008/07/20 13:51

      삶에 대한 열정이 아주 크시기 때문입니다. 힘 내십시오. 감사합니다.

  2. 손융태 2008/07/23 10:29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의 역량을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입으로만 행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경영자의 권한위임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직원의 이를 받아들이고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균형'을 이루어질 때 그 결과는 승수의 효과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어려운 경영문제를 항상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가시는 대표님의 능력이 부럽습니다. 앞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사례와 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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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유정식 2008/07/24 20:40

      잘 지내시죠? 요즘 저는 책을 쓴다고 좀 바쁩니다. 곧 졸업이시니 8월 초 정도에 만나 뵙고 못하는 술이지만 한잔 하시지요.
      문제는 신뢰인 듯 합니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믿어 주고, 아랫사람은 그 믿음에 부응하여 최선을 다하면 기업으로서는 최고의 성과지향의 문화를 가진 조직이 될 겁니다. 간단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신뢰이기도 하죠. 감사합니다.

  3. 나그네 2008/07/23 23:39

    정말 동감합니다. 직원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적절히 긴장감이 도는 직무를 줘야하는데. . . .항상 통제만하고 권한위임이 안되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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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유정식 2008/07/24 20:41

      말로만 권한위임을 한다고 하고, 비공식적인 통제가 더 가혹해지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 주겠다는 경영철학 없이는 권한위임은 요원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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