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실험에 참가하면 5달러의 수고료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합니다. 이 실험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지루한 것입니다. 컴퓨터 화면의 왼쪽 상단에 원이 하나 있고 오른쪽 하단에는 네모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원을 마우스로 끌어다가 네모 위에 포개기만 하면 되는데, 한번 원을 갖다 놓으면 화면 왼쪽 상단에 다시 원이 생깁니다. 생각만 해도 아주 지루하게 느껴지죠? 실험을 제안한 사람은 여러분에게 5달러를 선불로 주고는 5분 동안 그 작업을 수행한 후에 바로 가도 좋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이 지루한 실험에 참가한다면 5분 동안 과연 몇 개의 원을 네모 위로 끌어다 놓을까요?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가 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평균 159개가 나왔습니다. 원 하나를 옮길 때 평균 1.9초가 걸린 셈입니다.



애리얼리는 조건을 바꿔서 참가자들에게 5달러보다 턱없이 적은 50센트의 수고료를 주겠다고 말하고는 똑같은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랬더니 5분 동안 참가자들은 평균 101개의 원을 끌어다 놓았습니다. 5달러를 받은 참가자들의 성과에 비하면 63% 수준이었습니다. 원 하나를 옮길 때 3초나 걸린 셈입니다. 돈을 적게 주니까 그만큼 성과가 저조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금전적인 보상이 동기를 부여하는 데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지요.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이번엔 아예 수고료를 주지 않고서 '무언가를 알아보려는 실험인데 참여해 주면 고맙겠다'고 말하면서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부탁했습니다. 이렇게 부탁을 받은 사람들은 평균 168개의 원을 옮겼습니다. 5달러를 받은 사람보다 오히려 높은 성과를 낸 것이죠. 돈이 동기를 부여한다는 일반적인 믿음에 반하는 결과였습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일단 금전적인 보상이 성과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입니다. 50센트보다 5달러가 더 효과가 컸으니 말입니다. 허나 돈을 받지 않고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훨씬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은 금전적 보상의 효과를 의심케 합니다. 우리는 '사회규범'과 '시장경제'라는 2개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애리얼리는 말합니다. 돈이 개입되면 우리는 '시장경제'라는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면서 그 규준에 따라 행동합니다. 돈을 많이 받으면 일을 많이 하고 돈을 적게 받으면 일을 적게 하려고 하죠.

돈이 관련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사회규범'이라는 관점에서 행동합니다. 부탁을 해온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에게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되죠. 그래서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수고를 지불하면서까지 애리얼리의 실험에 참여한 겁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도움은 돈이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곧바로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죠. 50센트라는 아주 적은 금액도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규범이라는 모자를 벗고 시장경제라는 다른 모자를 쓰도록 하니 말입니다.

몇몇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차피 직원들에게 줄 인건비 예산은 한계가 있으니 일 잘하는 사람에게 '몰아 주어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렇게 하면 성과를 창출할 동기를 직원들이 갖게 되고 그에 따라 회사 성과가 높아지리라 기대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직원들의 연봉을 베이스업(Base-up)할 수 있지 않겠냐, 라고도 말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옳은 논리라고 생각되지만, 애리얼리의 실험 결과를 비추어 보면 그런 조치를 재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건비 예산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상태에서 직원들의 보상을 차등한다면, 어느 한 사람의 연봉 일부를 떼어서 다른 사람에게 얹어 주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로섬 게임이죠. 그래서 차등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 성과가 좋아도 남들보다 기껏해야 1년에 2~300만 원 더 받을 뿐이겠죠. 이 정도의 차등이 회사 성과에 기여하리란 생각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일지 모릅니다. 금년에 성과가 좋아 이 금액을 더 받는 사람이 내년에는 더 높은 성과를 올릴까요? 이번에 성과가 나빠 자신이 받았던 연봉의 일부를 내놓아야 하는 사람이 절치부심하여 나중에 더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노력할까요?

'차등 보상'이라는 조치가 '직원은 회사의 성과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규범이 사라지게 만들고 직원들을 '시장경제'에 입각하여 행동하도록 자극한다는 '역효과'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일한 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고성과자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그들로 하여금 보상이 더 많은 회사로 이직하도록 만드는 꼴일지 모릅니다. 그들은 시장경제에 따라 자신의 몸값을 제대로 인정 받으려 하기 때문이죠. 적은 금액이지만 남보다 적게 받는 저성과자들은 성과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키는커녕 적게 받은 만큼 적게 일하려고 다짐합니다. 5달러가 아니라 50센트를 받은 실험참가자들처럼 말입니다. 

요컨대, 자발적인 기여에 돈을 쳐서 주겠다는 조치는 직원들이 지닌 의무감과 소속감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맙니다. 긁어 부스럼이죠. 차등 보상이 직원들의 성과 창출 욕구를 자극해서 회사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란 생각은 근거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1992년에 인사 컨설팅 업체인 휴잇 어소시에이트(Hewitt Associates)가 포천 지 선정 500대 기업들 중 159개 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2퍼센트가 성과에 따른 보상제도(개인별/팀별 차등 보상, 스톡옵션, 프로핏 쉐어링 등)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겨우 22퍼센트의 회사만이 그 제도가 사업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고, 28퍼센트의 기업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돈이 주는 효과보다는 그것이 가져올 역효과가 더 크다면 아무리 좋은 성과주의 제도라 해도 경계해야 합니다. 회사 성과를 높일 목적이라면 차등 보상이라는 쉬운 해법에 손을 대기 전에 직원들의 '사회규범'을 자극하고 제고시키는,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먼저입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런 방법이 정석입니다.

연봉을 차등해서 주려면 '왕창' 차이나게 주어야 합니다. 인건비가 모자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아예 차등 보상은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돈 몇 푼 차이가 직원들의 성과 창출 의욕을 높일 거라고요? 그런 순진한 발상에서 벗어나기 바랍니다. 혹시 여러분 회사는 직원들을 시장경제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 놓고 여러분으로부터 애사심을 기대하지는 않습니까? 만일 그런 상황이라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조직입니다.

(*참고도서 : '상식 밖의 경제학')
(*참고문헌 : Tricks for Varying the Pay To Motivate the Ran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