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에는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많이 읽으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스스로 부끄럽네요. 읽은 책들의 두께가 다들 만만치 않았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 봅니다. ^^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들 중 1권만 제외하고 모두 추천할 만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습니다. 그 1권이 무엇인지는 아래의 짧은 평에서 찾아보세요.

사둔 책이 좀 있는데 빨리 읽고서 9월에는 많은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으면 '지식실조'에 걸릴 테니 말입니다.


버스트
버스트 : 네트워크 과학의 선두 주자인 바라바시의 신작. 일상의 반복성과 폭발성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조국 헝가리에서 일어난 내전을 대비하여 풀어갑니다. 전작인 '링크'보다 쉬운 문체로 폭발성의 의미를 잘 서술해 갑니다.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의사결정의 함정
의사결정의 함정 : 의사결정자가 빠지기 쉬운 여러 가지의 오류와 함정을 설명하면서 옳은 의사결정의 방법을 설명하는 책. 내용은 좋은데, 번역이 정말 좋지 않습니다. 편집자가 거의 손을 보지 않은 듯하군요. 통독이 어려울 만큼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서 발췌하듯이 읽은 책입니다.

1Q84. 3
1Q84-3 : 2권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를 3명의 시각으로 풀어냅니다. 뭐랄까요, 1권에서의 박진감이 2권에서 속도를 잃었고 3권에서는 빛을 잃은 듯한 느낌입니다. 결과가 어떨지 뻔히 보인다고 할까요? 3권 역시 후속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우리는 10분에 3번 거짓말을 한다 :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거짓말의 범용함을 주장하는 책. 거짓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거짓말을 배우면서 인지능력도 함께 커진다는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거짓말의 심리학 또는 사회학을 쉽게 접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체크 체크리스트
체크! 체크리스트 : 문제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인 체크리스트의 힘에 대해 설명하는 책. 의사인 저자가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여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사례도 함께 소개되어 체크리스트의 효과에 더욱 힘을 실어 줍니다. 경영에서도 체크리스트를 사용할 순 없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한 질문이었습니다. 읽어 보길 추천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 요즘 제일 잘 팔리는 책 중 하나. 정의란 이런 거라고 명쾌하게 define하지는 않지만, 여러 철학자들의 의견과 반론을 책 안에서 주고 받으면서 정의의 의미를 숙고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지적유희가 이 책의 미덕이죠. 쉽지 않은 철학책(물론 잘 풀어서 썼지만)인데 베스트셀러 1위라니 조금 의아한 책이기도 합니다. ^^ 이 시기가 정의롭지 않다는 증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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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_crazyflower 2010/09/02 09:17

    '체크리스트'는 읽어 볼려고 마음 먹고 있었던 책이고 '정의란 무엇인가' 책은 읽어 보고 싶지만 제 지식레벨로는 어려울꺼 같아서 포기 하고 있습니다. ㅠㅠ 추천해 주신 책중에 '의사결정의 함정'도 읽어보고 싶어요.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9/02 16:10

      의사결정의 함정은 번역 문제가 많으니 조심하십시오 ^^

댓글을 달면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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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에는 모두 4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7월에 10일 넘게 여행을 다녀온지라 읽은 양이 적습니다. 여름 휴가철만 되면 '휴가 때 읽어야 할 책'이라는 타이틀로 여기저기서 추천이 잇따르지만(저도 추천한 바 있지요 ^^), 실제로 휴가 때 책 읽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개인에 따라 책 읽기가 업무의 연장선에 있다고 느껴진다면 책에 손이 가기 어렵겠죠.

암튼 7월에는 책 읽기도 휴가를 내버렸으니(?), 8월에는 좀더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주문도 해 뒀지요.


7월에 읽은 책 4권은 모두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소위 '강추'입니다. ^^ 즐거운 독서 생활하세요.


선택실험실
쉬나의 선택 실험실 : 우리에게 옳은 선택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묵직하게 던져주는 책. 선택과 관련한 여러 가지 심리 연구들이 잘 정리된 책입니다. 제가 북모닝CEO에 서평을 남기기도 했지요.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위험한 경영학
위험한 경영학 : 경영학의 실체를 파헤치고 소위 경영의 구루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헛된 이론을 맹렬하게 비판하는 책. 유명한 컨설팅 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느꼈던 컨설팅의 부조리함도 동시에 고발합니다. 경영학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은 분들게 이 책을 강추합니다. '여기'에 책 내용에 대한 정리를 해두었으니 참고하세요.


SLACK
Slack(슬랙) : 사실 별 생각 없이 들춰본 책이었는데, 그 내용에 빠져든 책입니다.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유와 약간의 비효율에서 창의가 발현된다는 저자의 생각에는 깊게 공감합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뭔가 이뤄진다는 생각에 천착한 경영자라면 이 책이 자신의 경영철학을 반성케 할 겁니다. 강추합니다. 책의 내용을 정리한 저의 포스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 '대칭'과 관련한 수학의 역사와 연구의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교양과학서입니다. 갈루아가 창시한 '군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서술되지요. 수학적인 배경이 약하다면 이 책은 읽기가 녹록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도 꽤 힘들었지요. 하지만 수학에서 말하는 대칭의 개념을 이 책처럼 개괄한 책은 없을 겁니다. 수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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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화학(?)반응이 만들어낸 잡탕글

    Tracked from Younghoe.Info v3 2010/08/12 01:30 del.

    얼마전에 밝힌대로 요즘 책을 사는 패턴은 매우 정형화되어 있다. 프로그래밍 서적은 보통 원서 이북을 사는데 내 기준으로 마틴 파울러급(?) (1) 명사가 추천하는 책은 일단 사고, (2) 매닝 MEAP 프로그램 홍보 전단을 받아보다가 맘에 드는 목록이 있으면 이북으로만 냉큼 산다. 반면 교양서는 대부분 유정식님 블로그에 실리는 책 소개를 보고 산다. 목록을 쓱 훑다가 너무 어렵지 않고 느낌이 괜찮다 싶으면 바로 지른다. 몇 번이나 그랬는지 모르지만..

Comments

  1. BlogIcon 온스타 2010/08/05 10:14

    요새 책을 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좋으책 정보 감사합니다.
    쉬나의 선택 실험실은 꼭 읽어보렵니다.

    perm. |  mod/del. |  reply.
  2. soo 2010/08/05 11:21

    가우디모자이크 느낌의 컵이 너무 이쁘네요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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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입니다. 좋은 책 한 권 읽으면서 푹 쉬는 것도 휴가를 보람차게 보내는 방법이겠죠. 제가 대단한 독서가는 아니지만, 과거 2년 간 읽었던 책을 중심으로 여러분들이 휴가 기간 동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7권을 소개해 드립니다.

7권을 모두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만 골라서 휴가기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그만입니다. ^^ 여기에 책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링크를 걸어 두었으니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소개를 참조하기 바랍니다.


즐거운 독서 생활하세요~!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 1, 2


생물과 무생물 사이 생물과 무생물 사이

블랙 스완 블랙 스완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논리학 실험실 논리학 실험실

스위치 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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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파파허그 2010/07/15 17:01

    추천해 주신 책 중 제가 읽어 본 책은 한 권이군요^^.
    여름 휴가 땐 나머지 책 중에서 한 번 읽어 봐야 겠네요....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7/16 10:13

      저에겐 재미있는 책이었는데, 파파허그님에겐 어떨지 모르겠네요. ^^

  2. 양재우 2010/07/15 21:25

    흥미로운 책들이 많네요~ 고맙습니다. ^^

    perm. |  mod/del. |  reply.
  3. magiclamp 2010/07/16 10:35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독서량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당장 사서 읽어봐야겠네요.
    쑥스러워 댓글은 잘 남기진 않지만 view를 통해
    매일마다 좋은 글 읽으며 하루 시작합니다.
    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십시오!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7/16 16:53

      반갑습니다. 매직 클램프님, 자주 댓글 달아주세요. ^^ 즐거운 여름 휴가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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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에도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월드컵 시즌이었고 원래 6월달은 출판계의 비수기라서 책 읽기를 다소 멀리 하기 쉬웠던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일이 바빴고 게다가 얼마 전에 저의 6번째 책을 탈고하느나 책 읽을 짬을 내기가 어려웠지요. 하지만, 그 와중에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독서 생활 누리기를 바랍니다.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글 잘 쓰기로 유명한 글래드웰의 신작. 그 동안 쓴 여러 기사들을 모아서 펴낸 책이라서 책 전체를 꿰뚫는 일관된 메시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실망스러운 책입니다. 명성에 기대어 쉽게 책을 팔아보려는 속셈이 보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각 장의 개별 이야기들은 세상을 독특하게 바라보는 글래드웰의 시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스눕
스눕 : 어떤 사람의 거실이나 침실, 또는 사무실을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심리학의 '발칙한' 한 분야를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은 아마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듯한데, 저는 그런대로 '이렇게도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란 하나의 시각을 얻었기에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느끼는 첫인상과 그 사람의 실제 성격이 크게 다를지도 모름을 이 책은 지적합니다.

히든브레인
히든 브레인 : 처음엔 뇌과학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인간들의 무의식적인 편향을 다룬, 꽤 흥미로운 심리학 책입니다. 편향적인 사고를 하고도 사람들이 그걸 느끼지 못한다는 것, 지적을 해주었을 때 매우 당황하거나 믿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숨겨진 뇌의 은밀한 조종 결과임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전달합니다. 꼭 읽어 보세요.

기업 브랜드의 전략적 경영
기업 브랜드의 전략적 경영 : 개별 제품의 브랜드 전략이 아니라, 기업 자체를 브랜드로 구축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 무엇보다 '자아도취'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교훈입니다. 브랜드 관리자들은 꼭 봐둬야 할 책.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 책 제목에 확 이끌어 충동적으로(?) 산 책.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가 있을 거란 기대감에 페이지를 넘겼으나, 저자 자신의 신변잡기적인 문장만 가득한 책. 저로서는 조금 실망이었습니다. 결국 50페이지 정도를 남겨두고 읽기를 멈췄죠. 정재승 교수가 왜 그렇게 과도한 칭찬의 서평을 남겼는지 모를 일입니다. 비유하자면, 이 책은 일본과 파라과이의 축구 경기 같습니다. ^^

열린사회와 그 적들 1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 : 철학자 칼 포퍼의 대표적인 저작입니다. 철학책이라 그런지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포퍼는 닫힌 사회를 지향한 플라톤의 철학을 이 책에서 맹렬히 비판합니다. 플라톤적인 사고방식이 시대를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임을 고발합니다. 아마도 이 책의 초판이 히틀러가 몰락했던 1945년에 출판됐기 때문이겠죠. 포퍼의 날카로운 지적은 현재에도 계속 유효합니다. 어렵겠지만,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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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버지니아 2010/07/02 07:00

    7월에 읽으려고 찜해둔 책이 여기에 있네요~!!ㅋ
    스눕을 읽으려고 찜해둔 상탠데...
    괜찮은 점수를 주신다고 하니...
    왠지 빨리 읽고 싶어지는데요.ㅋ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7/02 09:39

      네,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면 응용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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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의 시대가 온다   

2010/06/15 09:00
(서평 : 포용의 시대가 온다)

대학에서 새로 사귄 친구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저자는 삶의 열정과 꿈에 대해 뜻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친구가 “12시가 돼서 일어나야겠어. 점심값은 더치 페이 하자구.”라면서 먼저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라틴계 미국인이었고 친구는 전형적인유럽계 미국인이었다.

공동체적이고 집단적인 문화에서 자란 저자는 서로 친밀한 대화를 나누다가 약속이 있다면서 갑자기 자리를 뜨는 친구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갑고 무례하고 몰인정한 미국인 같으니!” 저자는 속으로 친구에게 욕을 퍼부었다.

이번엔 저자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유럽계 미국인 친구의 아파트를 방문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단단히 화가 난 친구는 “6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어떻게 7시 30분이 돼서 나타날 수 있지? 도대체 왜?”라고 쏘아 붙였다. 졸지에 “책임감 없고 무질서하고 분별 없는 라틴계 같으니!”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라틴 사회에서는 시간 자체보다는 ‘만남’이라는 관계가 더 중요한 까닭이었다.

포용의 시대가 온다
(안드레 타피아, 청림출판)

서로 다른 문화적 기반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부딪히는 문화적 갈등이 비단 이것 뿐만은 아니다.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단일한 문화의 울타리 안에서 영위하던 사람들이 울타리를 뛰어넘어 하나의 조직 안으로 섞이는 과정에서 문화적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특히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다국적 기업화되면서 문화적 다양성으로 인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고 이 문제를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고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자리잡는 중임을 저자는 주장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기업이 인력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뛰어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 뿐만 아니라 성별의 다양성도 이 책에서 말하는 포용의 주제이다. 전 세계 고용인구 30억 명 중에서 여성이 40%를 차지하지만, 그 가운데 단 24%만이 경영진의 자리에 올랐다. 일본의 경우, 경영진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0%이다. 아마 우리나라도 사정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저조할 것이다. 남성 위주의 위계체계, 인사제도, 조직문화가 은연 중에 혹은 노골적으로 여성을 배척하기 때문이다. 


‘리더’라는 말을 들을 때 연상되는 ‘자립적인, 단호한, 분석적인, 적극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야심 찬’ 등의 형용사는 모두 ‘남성’이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단어와 높은 상관성을 갖는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남성처럼 행동하라고 강요받는 조직에서 ‘충성하는, 동정하는, 타인에게 감성적인, 이해심 많은’이란 형용사로 대변되는 여성들이 견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의 재능에 눈을 뜨는 순간 엄청난 기회가 제공된다. 남성 지배적 문화, 남성 지배적 기업은 남성 위주의 접근이 스스로에게 불이익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테드 차일즈는 말한다. 왜냐하면 글로벌화된 시장 환경에서 다국적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의사소통, 감성지능, 협동심, 협상력, 기업가 정신, 코칭, 멘토링 등인데, 모두 여성에게서 보이는 특성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다양성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질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던 생각이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인종, 문화, 성별, 세대 특성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력들을 보유한 기업들에서 발생하는 ‘다양성의 부작용’을 ‘관용과 포용’이라는 관점으로 해결해야 함을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에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만한 기업은 얼마나 될까?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은 이미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지만, 그들에게도 인력의 다양성 문제는 성장이라는 지상 목표에 가려 뒷전이다.

그들의 해외 법인들을 살펴보면 주요 보직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차지하고 현지인들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을 수행한다. 여러 업체들이 추구하는 글로벌 인재 전략은 아직까지 국적이 한국인 사람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사실이다. 능력이 뛰어난 현지인들을 본사로 불러들여 요직을 맡기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제3의 지역으로 파견하는 등의 전략이어야 하지만, 그 진전은 매우 더디고 폐쇄적이다.

CEO만 놓고 볼 때, 미쯔비시, 닛산 등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유명했던 일본기업들은 인력의 순혈주의를 포기하고 외국인에게도 문을 활짝 열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10대 그룹에서 외국인 CEO는 전무한 실정이다.

외국인을 기업의 핵심인력으로 키우는 전략은 차지하고라도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기 위해 이미 실시하는 정책들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균형인사 정책’은 여성, 장애인, 취업보호 대상자 등에게 일정 수준의 채용 T/O를 부여하는 제도로서 ‘균형 있는 인사로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자’는 취지로 실행됐다. 이 제도는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과, 남성과 비장애인들에게 집중된 인력의 구성을 다양화하고 인력 확보의 소스를 다원화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여성에 대한 균형인사 방침은 남성 일변도로 획일화된 조직문화에 여성들의 유연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더함으로써 조직의 활력과 성과를 동시에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균형인사 정책이 오히려 불균형인사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강제성을 띤다는 점과 수치 달성에만 급급하다는 것 때문이다.

이러한 인위적인 조치는 몇 가지 심각한 모순을 낳는다. 첫째, 목표치를 달성하고 나면 그 다음엔 균형인사의 취지를 잊는다는 것이다. 그저 일시적인 조치로만 인식한다. 둘째, 사회적 약자에게 그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고정화시키는 문제를 낳는다. 셋째, 다양성 추구의 대상이 아닌 자들에게 역차별을 안겨주고 만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은 ‘포용’이 없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혼합이고 포용은 그 혼합이 잘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것’임을 저자는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한다. 포용이 없으면 다양성이란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과 같기 때문이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조직에서 같이 일한다는 것은 어쩌면 서로에게 큰 도전이다. 찰스 슈왑의 부사장인 필리스 잭슨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말한다. “다양성이라는 것은 단지 더 많은 흑인 사원을 고용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자신들의 피부색에 대해 자연스럽게 느낄 때, 비로소 개인적 정체성에 관계없이 고객들과 동료들을 예의 있고 효과적으로 대할 수 있다. 다양성을 진정으로 존중하지 않은 채 사원들의 구성을 조정한다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포용이 다양성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양성은 자연 생태계가 지금껏 유지되어온 동력이었다. 원래의 종으로부터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는 생태계의 능력은 변이에서 비롯된 것인데, 생태계가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았더라면 지구는 수많은 생명으로 넘쳐나는 세상이 되지 못했고 어쩌면 인간도 발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를 ‘기업의 생태계’에 빗대어 보면, 글로벌화되고 매우 ‘평평해진’ 세계에서 기업이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가 문화의 단일성과 인력의 획일성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노력이 아닐까? 

혹시 이 책을 읽고 ‘우리 회사와 별 관련 없는 내용’이라고 느낀다면, 생각을 즉시 수정하기 바란다. 우물 너머로 머리를 들어 세상을 바라보면 이미 평평해진 세계에서 우리와 그들은 울타리 안에서 서서히 동질화 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기업의 핵심역량 중 하나가 될 ‘다양성과 포용’ 역량을 대비하기 바란다.

(* 이 글은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기고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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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5 11:15

    비밀댓글 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2. BlogIcon snowall 2010/06/15 12:17

    포옹의 시대가 빨리 와야 하는데요...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6/16 07:51

      갈등을 대립으로만 풀려는 고자세가 포용이란 따뜻함으로 와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BlogIcon snowall 2010/06/16 08:20

      넵. 그렇지만 "포옹"은 오타가 아니었답니다. :)

    • BlogIcon 유정식 2010/06/16 08:55

      ㅋㅋ 포용이 아니라 포옹이었군요. 누굴 포옹하시게요?

댓글을 달면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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