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에는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많이 읽으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스스로 부끄럽네요. 읽은 책들의 두께가 다들 만만치 않았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 봅니다. ^^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들 중 1권만 제외하고 모두 추천할 만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습니다. 그 1권이 무엇인지는 아래의 짧은 평에서 찾아보세요.

사둔 책이 좀 있는데 빨리 읽고서 9월에는 많은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으면 '지식실조'에 걸릴 테니 말입니다.


버스트
버스트 : 네트워크 과학의 선두 주자인 바라바시의 신작. 일상의 반복성과 폭발성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조국 헝가리에서 일어난 내전을 대비하여 풀어갑니다. 전작인 '링크'보다 쉬운 문체로 폭발성의 의미를 잘 서술해 갑니다.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의사결정의 함정
의사결정의 함정 : 의사결정자가 빠지기 쉬운 여러 가지의 오류와 함정을 설명하면서 옳은 의사결정의 방법을 설명하는 책. 내용은 좋은데, 번역이 정말 좋지 않습니다. 편집자가 거의 손을 보지 않은 듯하군요. 통독이 어려울 만큼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서 발췌하듯이 읽은 책입니다.

1Q84. 3
1Q84-3 : 2권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를 3명의 시각으로 풀어냅니다. 뭐랄까요, 1권에서의 박진감이 2권에서 속도를 잃었고 3권에서는 빛을 잃은 듯한 느낌입니다. 결과가 어떨지 뻔히 보인다고 할까요? 3권 역시 후속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우리는 10분에 3번 거짓말을 한다 :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거짓말의 범용함을 주장하는 책. 거짓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거짓말을 배우면서 인지능력도 함께 커진다는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거짓말의 심리학 또는 사회학을 쉽게 접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체크 체크리스트
체크! 체크리스트 : 문제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인 체크리스트의 힘에 대해 설명하는 책. 의사인 저자가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여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사례도 함께 소개되어 체크리스트의 효과에 더욱 힘을 실어 줍니다. 경영에서도 체크리스트를 사용할 순 없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한 질문이었습니다. 읽어 보길 추천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 요즘 제일 잘 팔리는 책 중 하나. 정의란 이런 거라고 명쾌하게 define하지는 않지만, 여러 철학자들의 의견과 반론을 책 안에서 주고 받으면서 정의의 의미를 숙고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지적유희가 이 책의 미덕이죠. 쉽지 않은 철학책(물론 잘 풀어서 썼지만)인데 베스트셀러 1위라니 조금 의아한 책이기도 합니다. ^^ 이 시기가 정의롭지 않다는 증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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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_crazyflower 2010/09/02 09:17

    '체크리스트'는 읽어 볼려고 마음 먹고 있었던 책이고 '정의란 무엇인가' 책은 읽어 보고 싶지만 제 지식레벨로는 어려울꺼 같아서 포기 하고 있습니다. ㅠㅠ 추천해 주신 책중에 '의사결정의 함정'도 읽어보고 싶어요.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9/02 16:10

      의사결정의 함정은 번역 문제가 많으니 조심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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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는 약일까, 독일까?   

2010/09/01 09:00

요즘은 좀 잠잠한 듯 한데, 한때 자기계발서의 열풍이 불던 때가 있었죠. 우화나 소설 형식의 자기계발서도 여러 출판사에서 쏟아져 나왔었지요. 아마도 그 중 몇 권쯤은 여러분의 책꽂이에 꽂혀있을 겁니다.

자기계발서의 '현대적인' 원조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쓴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일 겁니다. 그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요즘의 자기계발서들은 프랭클린이 말한 33가지의 덕목들을 확대 재생산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랭클린 시대 이후로 자기계발서가 이렇게 붐을 이루고 앞으로도 끝없이 출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육이 필요한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태어나기 때문일지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기계발서가 사람들의 자기계발에 실패한 탓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사람들은 책꽂이에 꽂힌 예전의 책을 잊고 새로운 자기계발서를 찾아 서점으로 나섭니다. 자기계발서들의 공통적인 논리(혹은 주제)가 아래와 같이 10가지로 귀결된다는 것을 알고도 말입니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1: 성공하려면 성공하면 된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2: 꿈꾸면,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3: 고난과 시련은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4: 좌절하고 포기하면 인생의 루저가 된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5: 멈추면 퇴보한다. 이 세상은 붉은여왕이 다스리니까.

자기계발서의 논리 6: 열심히 하면 안 될 리 없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7: 모든 것은 당신이 하기에 달렸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8: 성공한 사람들을 본받으면 당신도 성공한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9: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자기계발서의 논리 10 : 도움을 기다리지 말고 당신이 먼저 구하라.

사람들이 끝없이 자기계발서를 탐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기계발서를 읽음으로써 '자기계발되지 않은'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싶어서는 아닐까요? 적어도 그 책을 읽는 동안엔 현실의 신고(辛苦)를 잊을 수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나도 할 수 있어'란 자극을 계속해서 원하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자기계발서를 채운 스토리들이 그저 읽기 쉽고 재미를 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누군가가 '자기계발서는 독'이라고 힐난합니다. 자기계발서가 헛된 꿈과 희망을 주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난 아무래도 안 되나봐'란 큰 좌절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라 하더군요.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을 실천하는 것과 혼동하여 '난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어'란 착각과 최면효과에 빠지게도 만든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요.

전 '자기계발서는 자양강장제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을 땐 자신감과 희망에 부풀어 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기운은 언제 그랬냐는 듯 흔적 없이 사라지니 말입니다. 오래 복용하면 몸에 좋을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진정한 보약'은 무엇일까요?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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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글...

    Tracked from melotopia 2010/09/01 15:39 del.

    (2006/12/04 에 처음으로 쓴 글이며, 현재는 수정하여 갱신하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에서, 난 다른 사람의 성공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결코 그 사람을 질투하기 때문이 아니다. 가령, 어떤 할아버지는 1008번의 실패를 경험하고서 맛있는 치킨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거나, 미국의 무슨 대통령은 맨날 실패만 하다가 결국 대통령 했다거나 하는 것들. 유명한 발명가는 전구를 만들기 위해 2400번이나 도전해서 성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누..

Comments

  1. i_crazyflower 2010/09/01 09:55

    요근래 한 2년 정도 자기계발서를 달달 읽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유정식선생님께서 적어놓은 고민에 푹 빠지더군요... 정말 자기 계발서가 나에게 도움이 되나. 실천하지 못하고 실천할려고 노력은 하지만 현실적(영업사원도 아니고 대/중소기업에 다니는 것도 아닌 저로선)으로 이게 과연 저에게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점에도 도달하고 말씀하신 '역시 난 안되는 구나'하는 자괴감에도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읽습니다. 다른건 다 때려치우더라도 긍정적인 마인드라도 저에게 세뇌시키면 습관이 되지 않을까 하구요. 그 습관이 저를 지배할 때가 올 때를 기다리며 읽습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언제나 전진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9/01 16:43

      자기계발서는 한권이면 족하고 실천이 중요한 문제겠지요. 물론 실천한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지는 않죠. 성공스토리는 비판적으로 봐야겠습니다 ^^ 하지만 늘 정진하는 자에게 복이 찾아올 확률이 조금은 크겠지요

  2. 동네축구 2010/09/01 10:28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가끔 회사에서 주제 발표를 할 시간이 있을 때면 선생님의 글을 가끔 인용해서 발표할 때도 있습니다.
    매번 올리시는 여러가지 내용들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사업 번창하시기 바랍니다.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9/01 16:44

      듣는 분들이 동의하시던가요? 제 의견이 조금 다른 스탠스라서 어색하게 느끼시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고맙습니다 ^^

  3. gmin_kr 2010/09/01 11:06

    자양강장제 같다는 표현이 절묘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을 쓴 스티븐 코비가 파산에 이르자 어떻게 당신과 같은 사람이 파산 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의 내가 쓴대로 행동하지 않았다고 답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에 있습니다. 그리고 꾸준하게 지속하는 지속력이 있어야 하구요. 그래서 자기계발서를 책장에 넣어 두고 기운이 떨어질 때마다 꺼내보고 다시 상기 시켜서 다시 실천하고 지속하게 만들어 준다면, 그보다 좋은 명약이 있을까요?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9/01 16:45

      스티븐 코비의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사실인가요? 사실이라면 참 흥미롭네요 ^^

    • gmin_kr 2010/09/01 21:29

      사실 저도 웹 서핑 중 몇몇 게시판에서 읽은 내용이라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 검색도 해 봤으나 그런 기사는 없더군요. ^^ 개인적으로 스티븐 코비의 책을 좋아해서요.

  4. magiclamp 2010/09/01 12:45

    인간은 자신의 삶을 본인이 통제한다고 믿고 싶어하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어떤 책에서 읽은 실화가 생각나네요. 48이라는 숫자로 로또에 당첨된 사람에게 기자가 당첨비법을 물어보자, 그는 자신은 로또 당첨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당첨숫자인 48을 암시하는- 7이 7번 나오는 꿈을 꾸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게 48이랑 무슨 상관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7 곱하기 7은 48이잖아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7곱하기 7은 49죠...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9/01 16:46

      말씀하신대로 순전히 행운인 일도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성공스토리에서 경계해야할 부분이기도 하구요

  5. BlogIcon petit cochon 2010/09/02 12:04

    공갑합니다^^ 저도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는 도약을 위해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할 뿐, 실제로 어떤 사람이되고 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부던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자기계발서가 힘을 내기엔 도움이 되지만, 자기계발서를 본다고 해서 위안을 받는 것으로 끝나면 결국 좌절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9/02 16:09

      실천해도 안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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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철학자인 칼 포퍼는 이렇게 말했다. “장기적인 예언이 가능하려면 충분히 고립적이고 정적이고 반복적이어야 한다. 자연에는 그런 계(界)가 극히 드물고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은 시도조차 필요 없는 일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매우 복잡하고 앞으로도 더욱 복잡해진다. 인간들이 지식을 더 많이 축적함과 동시에 쌓은 지식을 더 많이 더 자주 나누게 되면서 상호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상호작용의 폭증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낳는다. 그러므로 포퍼의 말처럼 어디서 어떤 일이 갑자기 터져서 전세계로 확산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마존에서 나비가 날개를 펄럭거리면 멕시코 만에 허리케인이 발생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임계적인’ 현상은 이미 현대인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들은 인간의 행동이 무작위적이고, 일회적이며, 불규칙하고, 따라서 예측 불가능한 패러다임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알버트 L. 바라바시는 포퍼의 단정적인 선언과 우리의 상식에 커다란 의문부호를 갖다 댄다. “과연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할까?” 물론 저자는 사회 차원의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인간 개개인 차원의 예측은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잘게 나눠 볼 때 우리들은 서로 굉장히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회사나 학교에 다니는 패턴과, 여러 일이 몰리면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수행하려는 의지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신간이 출간되거나 애플에서 신제품이 출시되면 긴 줄을 마다하고 구매하느라 열을 올리는 광기만 봐도 우리에겐 소위 ‘일반적’이라 할 만한 행동양식을 지녔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당신의 삶이 얼마나 예측가능한가’를 측정하는 지표를 예측가능도라고 할 때, 여러분의 예측가능도는 얼마나 될까? 20%, 아니면 30%? 아마도 여러분은 50% 이상의 값을 주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북모닝CEO를 살펴보다가 갑자기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약속 장소로 나갈지 누가 알겠는가? 또한, 여러분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대부분의 일을 결정하기 때문에 남들이 쉽게 여러분의 삶을 예측할 수 없다고 단정할지 모른다. 요컨대 ‘내 삶은 나의 것이라서 누구로부터 조종 받지 않는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개인의 삶은 매우 예측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주장이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은 보통 충동적인 성향이 크기 때문에 예측가능도가 낮으리라 예상되지만 MIT 교수인 샌디 펜틀렌드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한다. 그와 함께 일하던 대학원생 네이선 이글은 MIT 학생 100 명에서 스마트폰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물론 완전히 공짜는 아니었다. 언제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얼마나 오래 대화를 나누는지, 어디에 있으며, 누구와 함께 있는지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이 실험을 1년 동안 진행해서 45만 시간의 데이터를 분석하니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의 삶은 거의 비슷하고 예측 가능했다. 학생들이 오전에 어디에 있는지 알면 90%의 확률로 오후에 있을 위치를 예측할 수 있었다. 주말에는 학생 각자가 파티다 데이트다 해서 예측가능도가 떨어졌지만, 주중에는 하루 24시간 중 22시간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들어왔다.

굳이 펜틀렌드의 연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잘 안다.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하다가 6~7시 무렵에 퇴근을 해서 집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누이는 일상이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가? 끔찍할 정도다. 저자에 의하면, 실제로 예측가능도가 80% 미만은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 직업이 무엇이건, 지위가 높건 낮건, 어디에 살건 간에 그 사람의 과거를 알면 미래 또한 예측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가?

예측가능성과 폭발성이란 모순?
높은 예측가능도와 함께 인간의 행동 속에는 폭발성이 함께 잠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제목 ‘버스트(Bursts)'가 의미하는 바가 바로 폭발성으로서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이다. 개인의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과 인간 행동의 폭발성은 서로 양립되기 어려운 이질적인 개념처럼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예측 가능한 행동 속에서 폭발적인 양상이 비롯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람들이 일이 몰리면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터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습성은 예측 가능한 행동이다. 그러나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하게 되면 우선순위가 낮은 업무는 맨 밑바닥에 깔려서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다시 말해 우선순위가 높으면 곧바로 처리되지만, 우선순위가 낮으면 언제 처리될지 기약할 수 없다. 우선순위가 낮을수록 ’대기시간‘이 갑작스레 폭발한다. 예측 가능한 습성이 폭발성을 낳은 것이다. 

여러분은 매일 폭발을 경험한다. 만일 기회가 있으면 하루 동안 자신이 전화를 거는 시각을 기록해보라. 그 시각들이 무작위적일까? 그렇지 않을 확률이 거의 100%일 것이다.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몇 통의 전화를 하고, 몇 시간 동안 전화를 하지 않는 휴지기를 지나 갑자기 전화를 또 걸어대는 폭발적인 패턴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업무에 집중하거나 회의를 하고 점심식사를 하는 시간처럼 전화를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헌데, 우리가 업무를 하고 회의를 하고 점심을 먹는 행위는 바로 누구나 예측 가능한 행동이다. 역시 예측 가능한 행동이 폭발성을 야기함을 알 수 있다.

십자군은 왜 반란군이 되었는가?
폭발이라고 말하면 폭탄이 떠질 때의 광경이 연상되기 때문에 ‘대기시간’의 무한정 증가나 전화의 패턴이 폭발성의 예로 가슴에 와 닿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폭발처럼 느껴지지 않는 일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지는 일이 허다하다. 저자는 자신의 고향인 헝가리에서 16세기에 일어난 내전의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헝가리의 추기경인 버코츠는 교황 선출식 ‘콘클라베’에서 탈락한 이후 교황에 재도전하기 위해 바티칸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 했다. 하지만 새로 권좌에 오른 젊은 교황 레오 10세는 버코츠를 견제하기 위해 십자군을 일으키라는 명령을 내리고, 두 사람 간의 ‘우선순위의 충돌’은 무명이었던 ‘죄르지 세케이’라는 장수가 십자군의 선봉에 서게 만들었다. 결국 죄르지 세케이는 이슬람을 향해 달리던 말을 돌려서 헝가리 왕과 귀족에게 칼을 겨누는 반란의 수괴가 되어 버린다. 이는 교황이나 버코츠 추기경,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폭발성이었다. 한 사람, 이슈트반 텔레그디는 예외였다.

이 책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책에는 폭발성에 관련한 이야기와 죄르지 세르케이를 둘러싼 역사 이야기가 챕터를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처음엔 이와 같은 구성이 무슨 의도인지 몰랐으나, 인간들 개개인의 예측 가능한 행동과 습성들이 모여서 합쳐지거나 서로 충돌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발적인 사건이 발생됨을 생생하게 보여주려는 구성임을 알게 됐다.

과학자임에도 소설처럼 써내려간 저자의 글솜씨가 탁월해서 십자군 이야기에 숨겨진 폭발성의 의미가 손에 잡힌다. 아울러 유럽의 변방으로만 알았던 헝가리가 십자군을 주도할 만큼 강국이었고 십자군(16세기 초에 일어난)이 종교적인 신념 때문이 아니라, 두 개인 간의 암투에서 비롯된 ‘사생아적’인 사건이었음을 알게 된 것도 이 책에서 얻은 수확이었다.

여러분의 인생은 80% 이상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그 예측가능성 속에는 이율배반적이지만 폭발성이 내재한다. 따라서 우리의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저자의 주장도, 현대 사회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멍청한 짓이라는 칼 포퍼의 주장도 모두 맞다. 우리의 삶과 우리의 사회는 무작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불확실하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까? 저자인 알버트 L. 바라바시가 이 책 ‘버스트’에서 친절하게 알려 줄 것이다.

(글 :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 이 글은 오늘 자 '북모닝 CEO(http://www.bmceo.co.kr/today/boardView.laf?bcode=TODAYBK)'에 실린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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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거짓말을 몇번 합니까?   

2010/08/30 09:00


여러분은 하루 동안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합니까? 1번 혹은 2번? 아니면 '나는 거짓말을 안 하는 사람이다'라고 자신하나요? 오늘 소개하는 책 '우리는 10분에 세번 거짓말은 한다'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자주 거짓말을 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우리가 보통 '하얀 거짓말'이라고 부르는 선의적인 거짓말까지 다 포함하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선의적인 거짓말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조화롭게 만들고 갈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것 역시 쌓이고 쌓이면 폐해를 가져온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 책은 거짓말의 여러 양상과 상황을 사례로 설명하면서 우리의 일상 속에 거짓말이 얼마나 '일반화'되었는지 일캐웁니다. 흥미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한 현실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회색 영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해 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거나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문구를 트위터에 정리해 봤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아 이곳 블로그에 올립니다. 서로 상충되는 두 개의 소셜 미디어를 저는 이렇게 활용합니다. ^^

아래의 트윗 모음은 단편적인 것이므로 오해가 생길지 모릅니다. 꼭 책을 통해 확인하기 바랍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안면을 트는 대화를 해보라는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자기 자신의 능력과 히스토리 등에 대해 10분에 세 번 이상 거짓말을 했다"

"우리가 매일 만나고 대화하는 사람들 모두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거짓말을 듣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거짓말 판별 능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수천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사람들이 거짓말을 제대로 구별하는 경우가 47퍼센트에 그쳤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어드밴티지를 얻는다. 그러한 어드밴티지는 거짓말을 당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우리는 거짓말을 알고도 자신도 모르게 눈 감아주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보통 '착한 거짓말'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착한거짓말은 거짓말을 한 사람에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피해를 끼친다. 거짓말한 사람은 거짓말하기전보다 기분이 더 나빠진다"

"우리는 누구나 항상 자신감 부족에 시달린다. 이런 불안감은 인간의 천성이다.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될 때 그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우리가 자신을 실제보다 과장하여 포장하는 이유는 자신이 충분히 훌륭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바깥세상에 우리보다 잘나고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대통령 같은 최고권력자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틀렸다고 쉽게 믿지 않는다. 실패했단 증거는 그저 작은 티끌이고, 야당의 이유있는 반대는 쓸데없는 딴죽으로 여긴다"

"세상을 비관하는 사람보다 세상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더 우울증을 앓는다. 자기기만은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

"피해자들은 사고를 당하고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조심했더라면 사고를 입지 않았을텐데,라며 자책하는 시기를 겪는다"

"백조는 평생 일부일처제를 고수한다고 알려졌지만, 백조 새끼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여섯마리 당 한 마리 꼴로 '아빠'가 달랐다"

"사교성이 좋은 청소년일수록 속임수에 능하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거짓말 능력은 인지 발달과 사회성 발달 모두 무난히 이뤄지고 있다는 청신호이다."

"어린이들이 거짓말을 일찍 시작하는 이유는 어른들의 거짓말을 보고 들으면서 거짓말의 유용함을 자연스럽게 익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 벚나무를 도끼로 넘어뜨렸음을 솔직하게 인정해서 아버지로부터 용서 받았다는 이야기는 사실 서점상이 워싱턴의 전기를 쓰면서 살짝 끼워넣은 창작물이다"

"어린이는 세살만 되면 말로 하는 거짓말을 시작한다. 어린이의 거짓말이 겉보기엔 어설플지 몰라도 거짓말하는 심리적 욕구는 성인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아첨을 믿고 싶어하는 충동이 엄청나게 강력하다. 이것 또한 거짓말쟁이들에게 큰 어드벤티지를 준다"

"우리는 일단 상대방을 정직하다고 추정한다. 이런 추정이 거짓말쟁이들에게 어드벤티지를 부여한다"

"거짓말탐지기의 오류는 심각하다. 연쇄살인범 게리 리언 리지웨이는 1983년 4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체포됐지만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해 무죄방면됐다. 그후 2001년까지 44명을 더 살해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의 오랜 주장에 따르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창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기꾼이 가진 성공(?)의 비결은 그럴싸하게 거짓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피해자의 심리적 약점을 귀신같이 포착하는 능력이다"

거짓말과 속임수가 빌미가 되어 총리 후보와 장관 후보가 자진사퇴하는 일이 어제 있었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는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요? 이 책을 통해 해답을 얻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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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자신의 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인간의 뇌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까? 우리의 뇌가 '충분히'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라는 사실은 신경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등의 분야에서 우리 뇌에 숨어 있는 '도마뱀의 뇌(또는 파충류의 뇌)'의 은밀한 작용에 대한 많은 연구와 사례로 증명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 '히든 브레인'은 풍부한 사례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여러분의 일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서점의 '과학' 코너에 자리를 잡았더군요. 그래서 뇌과학에 관한 책인 줄 알았지만, 책 어디에도 뇌에 대한 해부학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용어 몇 개가 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인간의 판단이 얼마나 오류 투성이인지를 주제로 한 심리학 책이더군요.


혹시 과학책인 줄 알고 이 책을 피했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 바랍니다. 물론 책의 주제에 대해서 여러 책들이 이미 다룬 바 있지만, 다른 책에서 보지 못한 참신한 사례를 습득하는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저자가 글을 풀어가는 솜씨도 좋고 번역도 매끄러워서 글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9.11 사태 때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있던 88층 사람들과 89층 사람들의 상반된 판단 때문에 서로 생사가 갈렸다는 이야기는 꽤 흥미진진합니다. 88층 사람들은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살고 89층 사람들은 거의 사망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좋은 내용이나 문구가 나타나면 그걸 요약하거나 인용해서 트위터에 하나씩 올렸습니다. 아래의 박스에 정리해 두었으니, 책의 내용을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단, 문맥이 생략되어 자칫 오해가 생길지 모르니 책을 통해 궁금증을 풀기 바랍니다.


"구직 면접을 할 때 뚱뚱한 지원자 옆에 같이 있으면, 단지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용되기가 어렵다."

"쉽게 발음되는 이름을 가진 회사가 발음이 어려운 회사들보다 상장 첫날 주가가 11.2퍼센트 높다. 1년 후에는 33퍼센트까지 벌어진다." 

"사람들은 흐린 날보다 맑은 날에 더 많은 팁을 주고, 더 과감하게 투자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일때 아들이 성공하면 부모자식 관계가 소원해진다. 다른 분야를 연구할 때 아들이 성공하면 부모자식은 친밀해진다."

"윤리와 도덕의 대부분은 종교나 법률에 의해 우리에게 전승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숨겨진 뇌'에 의해 우리에게 전승되는 것이다. 윤리와 도덕은 뇌의 영역에서 기인한다"

"아이들은 10-11세가 되면 내집단과 외집단에 대한 강한 정체성(사실은 편향)이 형성된다"

"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재난 상황에서 탈출하는 데 오래 걸린다. 집단이 클수록 의견 일치를 보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집단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자율성을 위축시킨다."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모르는 2명이 있을 때 한 사람이 물건을 떨어뜨리면 도와줄 가능성이 40%다. 6명이 있을 땐 도와줄 가능성이 불과 16%이다"

"젊은 사람보다 노인들이 편견을 밖으로 표현 못하게 막는 의식적인 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편견이 더 심하게 보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편견은 있다"

"어떤 사람이 망언을 하고 나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숨겨진 뇌가 의식적인 뇌를 압도한 순간에 일어난 일일지 모른다"

"망언을 내뱉은 사람에게 '미친 놈'이라 욕하기 전에, 자신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라."

"여성 지도자들은 실제보다 더 격하고 더 거칠고 더 무자비하고 온화함과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여자로 성전환한 사람은 원래보다 수입이 12퍼센트 감소하고, 남자로 성전환한 사람은 원래보다 수입이 7.5퍼센트 증가한다"

"여자로 산다는 것은 조류를 거꾸로 거슬러 헤엄치는 일과 같다"

"사람들은 재난 상황에 처하면 집단에게 결정권을 넘겨버린다. 불행은 그럴 때 찾아온다"

"병사들이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이유는 조국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참호 속의 동료나 전우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다"

"덜 검은 피부의 흑인 피고가 사형선고를 확률은 24.4%, 더 검은 피부의 흑인 피고가 사형선고를 받을 확률은 57.5%이다"

"인간이 집단적 수난과 떼죽음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정확히 그 고통이 대량 규모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자살하는 경찰관의 수가 살해되는 경찰관의 수보다 2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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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아름수풀 2010/08/20 10:53

    전 이런 종류의 사회서적이 재미있습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과 다른 말이 튀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런지 찾아봐야겠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유정식 2010/08/20 21:59

      책에선 딱히 그 원인을 밝히지는 않지만 우리 뇌의 숨겨진 부분의 작용이라는 주장을 폅니다. ^^ 즐거운 독서 되세요~

  2. BlogIcon 버드나무 2010/08/21 14:59

    잘 읽었습니다. 이거 재밌네요.. 88층과 89층 사이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적어주셨으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erte 2010/08/21 21:22

      저도요... 완전 궁금...

    • BlogIcon 유정식 2010/08/23 08:09

      책에 나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출판사가 싫어할 것 같아서요. ^^

  3. msi 2010/08/29 17:15

    정말 구미가 당기는 책이 군요.

    한 번 읽어 봐야 겠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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